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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ft 구시가지>


소도시 델프트(Delft)

  사실 델프트에는 볼거리가 없다.

  국제 사법 재판소가 있는 헤이그(Dan Haag)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마을인지라, 헤이그를 가게 되면 잠깐 들러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둘러볼 수 있는 그런 도시이다. 

  작은 도시이지만, 별도의 꼭지로 포스팅을 하는 것은 델프트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두 가지가 생각이 나서이다. 하나는 푸른색의 하나인 델프트 블루(Delft Blue), 나머지 하나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잘 알려진 그림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화가 Johannes Vermeer의 고향.


<델프트블루로 장식된 첼로? - 네덜란드 국립박물관(Rijksmuseum), 암스테르담>


델프트 블루(Delft Blue)

  유럽을 여행하며 들르게 되는 Museum에서는 미술품 외에 공예품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공예품 중 도자기 제품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붉은색 도기부터 시작해서 시대별로 수집한 다양한 도자기들을 볼 수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흰색 바탕에 파란색 문양을 입힌 도자기들이다. 이 도자기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진 중국의 청화백자(靑華白瓷)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도자기를 부를 때 차이나(China)가 들어가는 이유도 이러한 형태의 도자기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흰색 바탕에 파란색의 색상으로 만들어진 도자기 제품을 델프트웨어(Delftware) 그리고 그 색상을 델프트블루(Delft Blue)라고 부르는데, 이 델프트 블루에 대해 얘기하려면 유럽의 도자기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아 두는 것이 이해하기 편하다.


<‘파라미드형 꽃병’ (1690년경, 청색 안료로 채색된 유약 도기, 높이 156cm, Rijksmuseum, 암스테르담)>

유럽 도자기의 역사

  도자기(陶瓷器)는 도기(陶器)와 자기(瓷器)를 합친 단어이다. 
  도자기 굽는 온도를 소성 온도라고 하는데, 이 온도는 흙과 유약에 따라 달라진다. 흙과 유약에 적절한 온도 이상의 온도에서 굽게 되면 갈라지거나 깨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작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1,300℃ 이하의 온도에서 구워낸 것을 도기(陶器, pottery)라고 하고, 1,300 ~ 1,500℃에서 구운 것을 자기(瓷器, porcelain)로 나누는데, 일반적으로 흙으로 구운 도기와 자기를 합쳐서 도자기라고 부른다.

  도기는 B.C. 10000 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중동 지방 근처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후, 16세기까지 유럽은 고온에서 얇고 투명하게 구워내는 자기(瓷器, porcelain)에 대한 기술이 없었다.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자기를 소개한 이후, 실크로드를 통해  이슬람 지역에 대량으로 수출되었던 중국의 도자기가 유럽에 전해지기 시작하고,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일본에서 자기를 수입하면서 유럽의 상류사회는 이 신비한 푸른빛의 도자기에 매료되었다.

  유럽에서 도기를 만들던 도공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신비한 중국식 백색 자기를 흉내내기 시작했으나 고령토를 사용하지 않은 자기는 번번이 실패했다. 17세기에 네덜란드 델프트의 도공들도 청화백자를 모방하기 시작했는데, 연질자기에 백색 주석유약으로 표면을 하얗게 만들고 그 위에 코발트블루 무늬를 만들었다. 그 후 다시 투명유약을 덧칠하였다. 비록 겉으로만 비슷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럽 왕실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하를렘(Haarlem), 암스테르담(Amsterdam), 미델뷔르흐(Middelburg) 등지에서도 도기들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델프트에서 만들어지던 명성으로 타 지방의 도기들도 델프트웨어(Delftware)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되었고, 이 파란색을 델프트 블루(Delft Blue)라고 불렀다. 영국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도공들도 런던, 리버풀, 글래스고 등지에서 델프트 방식으로 도기를 구워냈는데, 이를 '앵글로 델프트' '리버풀 델프트' 등으로 불렀다.

<네덜란드 국립박물관(Rijksmuseum)에 전시되어 있는 델프트웨어(Delftware>


  델프트의 전성시대는 18세기 독일 동부 작센 지방의 마이센(Meissen)에서 고령토를 이용한 경질자기를 생산하는데 성공하면서 끝나게 된다. 네덜란드에서는 품질 좋은 고령토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경질자기 생산은 할 수 없었지만 델프트 블루를 이용한 타일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유럽각지로 퍼져나가면서 궁전과 성당의 벽면을 장식했다. 현재까지도 베르사유의 도자기 궁전, 독일 뮌헨의 님펜부르크 궁전(Schloss Nymphenburg)에 델프트 타일을 이용한 벽화가 남아 있다고 한다.

<델프트 어느 가게 옆에 장식되어 있던 델프트 블루 타일>



델프트웨어의 현재

  독일의 마이센(Meissen)으로 자기 산업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Delft의 자기 산업은 쇠락하게 되어 하나 둘 씩 문을 닫았는데, 1653년에 시작해서 아직도 그 때 그대로의 방식으로 제작하는 업체가 하나 남아있다. de Koninklijke Porceleyne Fles. 라는 업체인데 Royal Delft라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델프트 시청사 앞 광장인 Markt에 매장에서 그릇 뿐 아니라 작은 악세서리도 판매하고 있으니 한 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TU Delft 대학 근처에 있는 공장 견학도 가능한데 자세한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https://www.royaldelft.com/en_gb/visit-the-experience/prices/item6267



워낙 작은 도시라 포스팅 하나로 끝내려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델프트 구시가 풍경은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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