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처럼

2018. 3. 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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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가 조금 약해진 오후, 산책을 나섰다가 노란색의 꽃을 만났습니다.

  벌써 민들레 꽃이 피었네요. 사진에 보이는 민들레는 서양 민들레입니다. 한국에서 자생하던 '토종' 민들레는 공해에 약해 이제 시골의 깨끗한 환경에서나 발견할 수 있고, 도심에서 주로 보이는 꽃은 모두 매연과 공해에 강한 서양 민들레입니다. 3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고나면 끊임없이 씨를 만들어 바람에 날리게 되겠네요.

  민들레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박노해 시인의 시집 [참된 시작]에 나오는 "민들레처럼"입니다. 이 시는 동명의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었습니다.

... ....

민들레처럼 살아야 합니다. 

차라리 발길에 짓밟힐지언정 

노리개꽃으로 살지 맙시다. 


... ....

특별하지 않아도 빛나지 않아도 

조금도 쓸쓸하지 않고 봄비 뿌리면 그 비를 마시고 

바람 불면 맨살 부대끼며 

새 눈과 흙무더기 들풀과 어우러져 모두 다 봄의 주체로 

서로를 빛나게 하는 

민들레의 소박함으로 살아야 겠습니다. 


- 박노해, '민들레처럼', 『참된 시작』


  민들레와 관련한 시를 좀 찾다보니, 1900년대 초에 태어나 27살의 나이로 요절한 가네코 미스즈라는 동요시인의 별과 민들레도 참 좋네요.

  한국어로 번역한 버전과 영문, 일본어 원문을 같이 싣겠습니다.

별과 민들레 


파란 하늘 그 깊은 곳 

바다 속 고 작은 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꽃이 지고 시들어 버린 민들레는 

돌 틈새에 잠자코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다 

튼튼한 그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Deep at the bottom of the blue sky,

Like small stones in the sea,

Submerged until night falls,

We can’t see the stars in the afternoon,

We can’t see them, but they’re there,

We can’t see them, but they’re there.


Dandelions, petals dead and scattered,

Silent in a dried up river bed,

Hidden until spring arrives,

We can’t see their strong roots.

We can’t see them, and yet they’re there,

We can’t see them, but they’re there.



青いお空のそこふかく、

海の小石のそのように、

夜がくるまでしずんでる、

昼のお星は目に見えぬ

見えぬものでもあるんだよ、

見えぬものでもあるんだよ。

 

ちってすがれたたんぽぽの、

かわらのすきにだあまって、

春のくるまでかくれてる、

つよいその根は目に見えぬ。

見えぬけれどもあるんだよ、

見えぬものでもあるんだよ。


  - 가네코 미스즈(일본의 천재 동요시인, 1903-1930)

  봄이 오긴 오는 것 같은데, 제 마음 속에도 얼른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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