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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기 민망한 이름, 큰개불알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매화, 산수유, 목련, 벚꽃 같은 나무에 자라는 대표적인 봄꽃 말고도 땅에 붙은 채 꽃을 피우는 야생화들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3월~5월 사이에 많이 보이는 손톱만 한 크기의 연보라색 작은 꽃인 큰개불알풀입니다.

  이렇게 이상한 이름은 십중팔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일본식 이름을 그냥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역시나 이 "큰개불알풀"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풀 이름인 오오이누노 후쿠리(オオイヌノフグリ:大犬の陰嚢)를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어 이름은 가을이 되면 열리는 열매가 '그것'을 닮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데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속담이 저절로 생각이 납니다.

  우리말로 된 이름은 "봄까치꽃"이라고 합니다. 따뜻하고 양지바른 봄볕 아래에 한 송이 한 송이 피어서 저녁이면 지고, 다시 그다음 꽃이 피어나는 하루살이 꽃입니다. 이렇게 피고 지고 하는 것을 여름까지 반복해서 한다고 합니다.


  이른 봄에 피는 이 꽃은 볕이 잘 드는 길가나 빈터의 다소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두해살이 식물입니다. 원산지는 서남아시아인데, 유럽에는 1800년 경에 전해져서 귀화식물이 되었다가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귀화식물이 되었습니다.

  학명은 'Veronica Persica'.

  전하는 얘기에 의하면 십자가를 지고 형장으로 가다가 쓰러진 예수의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어떤 여인이 작은 천으로 닦아 주었는데 그 작은 천에 예수님의 형상이 새겨졌다고 합니다. 이 여인의 이름을 알 수 없어서 라틴어로 참된 형상이라는 의미의 'Veronica'라고 했고, 이 꽃에도 그 형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꽃을 잘 보면 사람 얼굴이 보인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큰개불알풀이라는 이상한 이름 대신 '봄까치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러줘야겠습니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합니다.

  봄 산책길에 제일 먼저 발견한 꽃이니 올해는 기쁜 소식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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