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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어렸을 적, 따스한 봄 햇살이 마당에 쏟아지면 어머니는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라고 시작하던 가곡을 흥얼거리셨습니다. 막상 어릴 적 동네 뒷산에 피던 진달래를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진달래가 필 즈음에 산에 갈 일도 없었고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습니다.

  동네를 산책하다 보니 좀 이른 철쭉이 피었나? 라고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철쭉은 아닌 것 같아서 보니 진달래가 맞습니다. 시골에 살던 어릴 적에는 한 번도 구경도 못 한, 혹은 보긴 했지만,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진달래를 근처에 있는 근처에 있는 대학교 교정을 산책하다가 만났습니다.

철쭉과 진달래

  철쭉과 진달래는 색깔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가장 쉬운 구별법은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는 나무라 잎이 달려 있지 않고, 철쭉은 꽃과 잎이 같이 피는 꽃나무입니다. 피는 시기도 진달래가 피었다 질 즈음에 철쭉꽃이 핍니다. 진달래는 화전이나 술을 담가 먹기도 하지만 철쭉은 독성이 있어서 식용이 불가합니다. 이 때문에 진달래는 참꽃, 철쭉은 개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달래는 중국 이름으로 두견화(杜鵑花)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두견새가 찾아올 때쯤 피는 꽃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진달래의 효능

  한방에서는 진달래가 고혈압과 기관지염, 관절염에 좋다고 해서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많이 본 진달래는 화전으로 부쳐서 먹는 것이었는데, 요즘에는 효소로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진달래꽃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시는 아무래도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입니다. 가수 마야가 같은 제목으로 발표한 노래가 응원가로도 많이 사용된 덕분에 더 많은 분이 알고 계시는 그 시입니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최근에 읽은 시 중에 제일 인상깊었던 시는 박노해 시인의 시집 <겨울이 꽃핀다>에 실려 있는 '진달래'가 제일 와닿습니다. 

진달래

        - 박노해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 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 박노해 시집 [겨울이 꽃핀다] p.23


  올해 봄은 근처 아파트의 화단에서도 보일 정도로 유난히 진달래가 눈에 많이 띕니다.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기쁜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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