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던 날, 동네 산책

2018. 4. 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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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벚꽃. 2018.4>


봄비 내리던 어느 봄날

  봄이 오나 싶더니 어느새 초여름 같던 봄날, '올해는 꽃샘추위도 한번 없이 봄이 가려나'라고 생각하는 그때 비가 내립니다. 비와 함께 갑자기 쌀쌀해진 기온 속에서도 비에 젖은 꽃잎들이 보고 싶어서 잠시 비가 잦아드는 틈에 동네 산책을 나섰습니다.

  근린 공원에 심어 놓은 앵두나무도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앵두나무 꽃은 벚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벚꽃은 꽃자루가 있어서 바람이 불면 하늘거리는데, 앵두꽃은 가지에서 바로 순이 돋아나 꽃이 피어서 가지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입니다.

 봄비를 표현한 시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는 변영로 시인의 '봄비'입니다.

봄비

        - 변영로(1898~1961)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역시 이맘때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은 벚꽃입니다. 비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네요.


  산수유 꽃은 한창이던 때와 비교하면 이제 듬성듬성 피어 있습니다. 조만간 이 꽃들도 다 지고 새순이 돋아나겠네요.

  밥풀이 달린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박태기나무 꽃은 아직 꽃망울만 달려 있습니다.

  그늘진 곳에 있어서인지 아직 피지 못한 목련 봉오리도 비에 젖었습니다.

  노랗게 물든 개나리도 참 정겹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진달래도 눈에 띕니다.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오전입니다. 이번 한 주도 행복하고 탈 없는 한 주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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