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블러드문이 뜬다고 떠들썩하던 날, 서울 하늘은 구름에 가려 제대로 된 달을 볼 수 없었습니다.

  며칠 뒤 새벽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고개를 들어보니 달이 마침 산 너머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차로 돌아가 카메라를 들고 급하게 찍은 사진입니다. 원래 잡고 싶은 컷은 리프트 위에 떠 있는 달이었는데, 차에 갔다 오는 동안 이미 산 너머로 지고 있네요. 조금 더 일찍 나와서 쳐다볼 걸 싶은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더 이상 슈퍼문이 없다니 이 사진으로나마 위안으로 삼아야겠지요.

  달이 차면 지고 다시 해가 떠오르듯이 우리네 삶도 풍족함이 차고지기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중에 방 한구석에 놓인 예전에 읽다 만 책에서 가슴을 찌르는 한 마디가 눈에 가득 찹니다.

다른 사람보다 본인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세요!


내가 먼저 나를 아껴줄 때

세상도 나를 귀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 혜민 스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中에서

  그동안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 부모님께 걱정 안 끼치거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듣거나, 친구들한테 양보하고 혼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교육을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야 좀 더 다루기 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 글귀를 읽으면서 그동안 교육받아 온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착한 사람"으로만 살아오려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작 자신은 마음의 병인 "화병"이 들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입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좀 도와달라고 다시 도움을 요청하니 그냥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아예 수신을 차단하거나 하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남들에게만 "착한 사람"이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먼저 나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어쨌든, 이 겨울 살아남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꼭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여전히 박노해 시인의 "이 겨울의 맹세" 중 한 구절을 가슴에 품고 지내는 나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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