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번 봄은 유난히 비가 적게 온 것 같아서 가뭄을 걱정했는데,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오늘까지 꽤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가뭄이 어느 정도 해소되나 봅니다. 

  비가 내리면 감상에 젖거나 울적해지는 이유는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비가 온다고 소주 한잔하러 들어갔다가 과음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우울할 때에 뇌가 알코올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예전에는 비가 오면 파전이나 빈대떡에 소주 한잔을 꼭 찾았는데, 최근에 지병이 생기면서 그 좋아하던 술을 멀리하게 되니, 비가 오는 날이면 음악이 먼저 생각납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비와 관련된 노래들이 참 많이도 생각나지만, 그중에서도 1988년에 발표한 신촌블루스 1집에 실려 있는 '봄비'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한국 록 음악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이 곡은 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이 앨범에서 박인수가 부른 '봄비'만큼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습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박인수의 애절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최근에 치매로 투병 중이시라는 소식을 접해서인지 더 애절한 기분이 듭니다.

  너무 쓸쓸한 노래를 듣고 나니 밝은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1989년에 권인하, 김현식, 강인원 세 사람이 부른 '비 오는 날의 수채화'는 비를 소재로 한 노래 중에 드물게 밝은 노래입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 '비 오는 날 수채화'의 주제곡으로 발표한 노래였는데, 영화의 내용보다는 노래만 기억이 납니다. 비가 개일 때쯤의 밝은 하늘 아래에서 통통 튀는 빗방울이 생각나는 노래입니다.

 

  김현식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비처럼 음악처럼'이 이어서 생각이 납니다. 1986년에 발표한 김현식 3집에 실려 있는 이 노래는 봄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더라도 비가 오는 날이면 단골처럼 생각나는 노래 중의 하나입니다. 김현식의 노래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내 사랑 내 곁에'서와 같이 허스키하고 거친 음색이 아닌 원래 가지고 있던 미성에서 허스키하고 애절한 창법으로 바꾸는 시기에 발표된 음반이라 그런지 아직 미성이 좀 남아 있습니다.

  한참 비와 관련된 노래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가 귓속에서 살랑 거립니다. 너무 우울해지려하니 머리속에서 생존본능으로 좀 밝게 끝내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내리는 봄비를 보고 있으니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한데, 마실 수가 없으니 음악에 대신 취해보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