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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Debussy),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 제3곡 '달빛'(Clair de Lune)

  보름달이 뜰 시기도 아니고, 달이 뜬 것도 아닌 무더위가 한창인 한낮에 문득 드뷔시의 피아노곡인 '달빛(Clair de lune)'이 생각났습니다. 드뷔시의 '달빛'은 영화나 드라마, 광고의 삽입곡으로 자주 사용되어서 어떤 곡인지, 작곡가가 누군지, 제목이 뭔지 몰라도 지나가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은 곡입니다.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우승을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로 한 번 들어보시죠.

  '달빛'은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한 피아노곡인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 중 제 3곡입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제1곡 전주곡(Prelude), 제2곡 미뉴에트(Minuet), 제3곡 달빛(Clair de lune), 제4곡 파스피에(Passepied)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890년에 작곡했지만, 드뷔시 본인이 청년기에 작곡한 이 작품집이 다른 작품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계속 출판을 반대하다가 작곡한 지 15년이 지난 1905년에서야 출판이 되었습니다. 

  베르가마스크 전곡은 아래 유튜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만, 저는 귀에 익은 달빛(Clair de lune) 외에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네요.

    '달빛'의 피아노 선율을 듣고 있으니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봤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Starry Night over the Rhone)'가 떠오릅니다. 고흐가 프랑스의 아를에 머물던 시기에 그린 이 그림은 어두운 벽면에 적절한 조명 덕분에 그림 속의 별과 강물에 비친 불빛이 일렁이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림입니다. 인상주의 음악가인 드뷔시의 음악에 잘 어울리는 후기 인상파의 그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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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 Night Over the Rhone, Vincent van Gogh, 1888>

 

  조성진이 연주한 버전이 제일 마음에 들지만 또 다른 유명한 연주자로 발터 기제킹(Walter Gieseking)과 샹송 프랑소와(Samson Francois)의 연주도 있습니다.

 

  어떤 해석을 하는지에 따라 연주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연주하는 부분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윌리엄 터너도 루체른 호수 위에 뜬 달빛을 그린 그림을 그린 것이 있네요. 맨체스터 대학 부설 미술관인 The Whitworth Art Gallery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터너의 그림은 실물과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의 느낌이 달라서 기회가 된다면 실제로 보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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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light on Lake Lucerne with the Rigi in the Distance,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841>

 

  오늘도 음악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어설픈 그림이야기로 끝나는 산으로 가는 음악 이야기였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남은 하루도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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