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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oad-1<그린델발트 가는 길, 스위스>


가지 못한 길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Lee Frost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영시 중에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The Road Not Taken)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최초로 수능에 출제된 영시라고 하는 얘기도 얼핏 들어본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문득 영화 라라랜드(LaLa Land)가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를 상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뭔가 아련하면서도 아쉬웠던 장면이라 더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The Road Not Taken

- Robert Lee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정현종 교수 번역본


  인생에서 what if....? 라는 가정은 의미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시절의 힘들었던 선택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윤색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선택했던 길이 요즘 들어 너무 힘들어서 잘못 온 건 맞는 것 같은데,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 버려서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힘들어도 앞으로 더 나가봐야 할지, 그냥 이 자리에 주저앉아서 포기할지 고민이 되는 아침입니다.

  프로스트의 시에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한숨을 쉬며'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다고 얘기는 하지만 그건 덜 밟은 길이 아니라 지나오고 버티고 걸어왔던 길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확신과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게 각색되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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