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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s

산 넘어 산

  가끔 읽는 영미시선집에 나오는 시 중에 Alexander Pope가 쓴 'Alps on Alps'라는 시가 있습니다. 원래 제목이 없는 영시는 첫번째 구절을 제목으로 하는게 일반적이라 이 시의 첫 구절인 'A little learning is a dangerous thing'을 제목으로 하거나, 줄여서 'A little learning'을 제목으로 사용하는데, 이 책에는 제목을 중간에 나오는 'Alps on Alps'라고 붙여놓았네요. 그대로 해석하면 '산 넘어 산'이 되겠지만, 시를 읽다보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Alps on Alps

        by Alexander Pope



A little learning is a dangerous thing ;

Drink deep, or taste not the Pierian spring :

There shallow draughts intoxicate the brain,

And drinking largely sobers us again.

Fired at first sight with what the Muse imparts,

In fearless youth we tempt the heights of Arts ;

While from the bounded level of our mind

Short views we take, nor see the lengths behind,

But, more advanced, behold with strange surprise

New distant scenes of endless science rise !

So pleased at first the towering Alps we try,

Mount o’er the vales, and seem to tread the sky ;

The eternal snows appear already past,

And the first clouds and mountains seem the last ;

But those attained, we tremble to survey

The growing labours of the lengthened way ;

The increasing prospect tires our wandering eyes,

Hills peep o’er hills, and Alps on Alps arise !

  시의 두번째 행에 나오는 Pierian spring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샘물을 마시면 시상(詩想)이 풍부해진다는 올림푸스 산기슭에 있다는 Muse의 샘을 말합니다.

  처음에 뭔가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한 번에 많은 내용을 배우게되면서 거기서 얻은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 배움은 얕은 배움일 뿐이고 더 많이 공부할 수록 말을 삼가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싶어서 'Alps on Alps'라는 제목을 붙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처음으로 동네 뒷산에 올라서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보는 사람마다 자랑하곤 했지만, 자라면서 동네 뒷산보다 더 높은 산은 얼마든지 계속해서 있다는 걸 알게 되어버리면 더 이상 동네 뒷산을 올랐던 걸 자랑하지 않는 것처럼, 어설프게 아는 단계에서 그 어설픔을 자랑하지 말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알프스 넘어 알프스

        by 알렉산더 포프



얕은 지식은 위험한 것이다;

깊이 마셔라, 아니면 아예 시적 영감의 샘을 맛보지도 말라;

거기서 약간 마시면 두뇌가 취하게 되고,

많이 마시면 우리는 다시 깨어나게 된다.

첫 눈에 뮤즈의 일깨움에 불타서

두려움을 모르는 청년기에 우리는 예술의 정상에 도전한다.

한편 우리의 마음을 둘러싼 지평선으로부터

가까운 경치만 보고 그 뒤의 숨겨진 곳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더 나아갈수록 이상한 경이를 느끼며 쳐다본다.

끝없는 학문의 먼 장면들이 새로이 솟하나는 것을!

그리하여 처음에, 솟아오르는 알프스를 시도하고

골짜기 위로 올라가며 하늘을 내려보고

만년설을 이미 지나간 듯 여기고,

첫 구름과 산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들에 도달하고서, 우리는 먼 길을 감에 있어

차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에 진저리친다.

늘어나는 전망은 우리들의 두리번거리는 눈을 지치게 한다.

산이 산 위로 밖을 엿보며 알프스 너머 알프스가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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