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만 키울 수 있던 꽃, 능소화

  여름이 한창인 7월이 되면 아파트나 공원의 울타리 혹은 담벼락에 뻗어 나온 등나무 같은 덩굴에서 빨갛게 핀 나팔꽃처럼 생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꽃은 능소화(凌霄花)라는 꽃입니다. 속은 주황색이지만 바깥쪽은 노란색을 띠고 있어 금등화(金藤花)로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은 공원이나 아파트 울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나팔꽃 모양의 꽃잎이 한 개로 이루어진 통꽃이라 질 때도 꽃봉오리째 똑 떨어지기 때문에 양반의 기개를 상징한다고 해서 조선 시대에는 양반만 키울 수 있던 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급제자에게 내려진 꽃인 어사화로도 사용되었다는 얘기가 있으나 확실치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평민이 이 꽃을 집 마당에 키웠다가는 양반을 업신여기는 행위라고 해서 관청에 끌려가서 곤장을 맞고 풀려나오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 얘기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능소화의 생태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지인 덩굴성 목본식물입니다. 중국, 한국, 일본에 분포되어 자라는데, 특이하게 미국에도 1종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라는 능소화는 라디칸스능소화는 학명은 Campsis radicans, 일반적으로 Trumpet Vine이라고 부릅니다. 중국 원산의 능소화는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 일반적으로 Chinese Trumpet Creeper라고 합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원예 목적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원래의 개화 시기는 8월~9월로 알려져 있으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6월 말 즈음부터 볼 수 있습니다.

  담쟁이덩굴처럼 줄기의 마디에서 생기는 뿌리를 담벼락이나 나무에 흡착하여 타고 오르면서 자라납니다. 추위에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키우기 어렵진 않아서 예로부터 집 안에 많이 키웠던 꽃입니다.

  줄기 중간의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주황색의 꽃이 피는데, 정면에서 보면 5장의 꽃잎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통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으며, 바람에 의해 수정되는 풍매화가 아니라 곤충을 통해서 수정되는 충매화입니다. 

  몇 년 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능소화의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이라 잘못해서 눈에 들어가거나 하면 실명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공원에 심겨 있던 능소화를 다 베어낸 적이 있는데, 이는 낭설이라고 합니다. (참고 : 국립수목원 웹진 60호

  미국 능소화는 라디칸스능소화(Campsis radicans)라고 하는데, 능소화보다 좀 더 붉은색이 강하고, 줄기 끝부분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피며, 꽃받침이 노란색이라고 합니다. 중국 원산의 능소화는 꽃받침이 연두색이니 꽃받침의 색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능소화에 얽힌 전설과 이름에 얽힌 사연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같이 자란 꽃에는 하나 이상의 전설이 있기 마련입니다. 능소화에도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옛적 복숭앗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왕의 눈에 띄어 성은을 입은 후 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어찌 된 일인지 왕은 한 번도 빈의 처소를 찾지 않았고, 빈은 혹시라도 왕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여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림의 세월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빈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고, 궁녀들에게 왕을 처음 만난 담장 아래에 묻어 달라고 했습니다. 이듬해 여름에 그녀가 묻힌 자리에 꽃이 피어나서 담장을 뒤덮었는데, 이 꽃이 바로 능소화라고 합니다.

 

이런 전설 때문인지 능소화는 구중궁궐에서 피는 꽃으로, 고귀한 꽃이라는 위치를 지키기 위해 평민이 기르는 것을 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편으로는 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귀를 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능소화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명나라 이시진이 1596년에 출판한 본초강목에서 나오는 대목 중에 [附木而上, 高達數丈, 故曰凌霄] 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뜻을 풀이하면, "나무 위에 붙어, 수장 높이에 달하여, 예로부터 능소라 한다"라는 내용입니다. 타고 오를 수 있는 나무만 있으면 그 나무보다 높이 오를 수 있으니 하늘 높이 우뚝 솟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네요. 

 

 

  능소화가 화려하게 피었다가도 꽃이 질 때가 되면 꽃잎이 한 장 두 장 떨어지면서 지는 것이 아닌, 꽃이 미처 시들기 전에 땅으로 툭~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려한 시절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다가 병이 들거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힘든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연락이 뜸해지거나 연락을 끊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름이 깊어가면서 나무며 풀들이 더욱더 진한 녹색을 영글어가는 속에서 담장이며 나무위에 수북하게 핀 붉은 꽃을 보니 여름이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참, 능소화의 꽃말은 '영광'과 '명예'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 꽃말은 누가 어떻게 붙이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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