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이 보이던 오후

2026. 8. 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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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위로 지나가는 전철의 철로 위로, 삐죽 튀어나온 아파트 엘리베이터 기계실 구조물이 보인다. 무심코 올려다보다가, 문득 유럽의 굴뚝이 떠올랐다.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여행이었다. 저녁 늦게 런던에 도착해서 짐만 풀고 바로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숙소 창문의 커튼을 젖혔다.

빽빽하게 솟아 있는 굴뚝들이 보였다. 지붕마다 하나씩, 혹은 여러 개씩. 붉은 벽돌 지붕 사이로 회색 굴뚝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우습게도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들어온다더니, 어떻게 저런 굴뚝으로 찾아갈까?'

수십 년을 살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낯선 도시의 낯선 창문 앞에서, 그게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애증이 가득했던 직장을 그만둔 후였다. 20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떠난 여행이었으니, 아마 머릿속이 복잡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처음 든 생각은 그런 유치한 질문이었다.

돌아보면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무거운 고민들 사이로, 잠깐이나마 어린아이 같은 궁금증이 끼어들었으니까.

지금도 저 아파트 구조물을 볼 때마다, 그날 아침의 굴뚝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우스운 질문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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