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면
2018. 4. 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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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Cesky Krumlov>
길을 걷다 보면 넓기만 할 것 같던 길이 좁아지기도 하고, 좁기만 해서 끝날 것 같지 않던 길이 넓은 길과 만나기도 하고, 막다른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좁디좁은 길을 몇 년쨰 헤매고 있다 보니 문득 이 길이 끝나면 넓은 길이 나올지 막다른 길이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문득 유럽을 방황할 때 찍었던 골목 사진이 생각나서 꺼내보았습니다. 한 사람 정도 겨우 지나갈 만한 폭의 골목이었는데, 길의 끝에는 차가 지나가도 문제가 없을 넓은 길이 나오는 그런 골목이었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시 중에 '길이 끝나면' 이라는 시가 생각나는 오후입니다.
남은 주말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길이 끝나면
- 박노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어지면
새봄이 자라난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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