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월, 어느 골목에서
2026. 5. 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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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걷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 분홍 장미 꽃잎들이 흩어져 있었다. 5월, 어느새 장미가 피어나고, 이윽고 지는 계절. 누군가의 정원 혹은 담장 너머에서 바람을 타고 흘러내린 것들이 분명했다.
꽃잎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지 않고 보도블록의 틈새와 경계를 따라 기묘한 규칙성을 띠며 멈춰 서 있었다. 어떤 것은 아직 싱싱한 분홍빛을 고집하고 있었고, 어떤 것은 이미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듯 갈색으로 변해 가는 중이었다.
렌즈 너머의 풍경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꽃잎들은 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지금 이 순간 더 완전하게 아름다운지도 모른다고. 떨어져 흩어진 지금에서야 그것들은 비로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개별적인 존재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의 흐름을 막지 못한 채 지는 꽃들. 하지만 아스팔트 위에 흩어진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지는 것이 곧 소멸을 의미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혀 다른 시간의 축 위에서 여전히 자신만의 존재감을 완고하게 버텨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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