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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얕을 것 같은 하천, 2026-05>

그날은 참 이상도 한 날이었다. 하루 종일 한 통의 전화도 오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연락도 없던 지인들에게 끊임없이 연락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위치도, 상황도 모를 텐데도 그날따라 쏟아지는 연락을 받으며 참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을 D-Day로 결정하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쇼핑몰의 꽤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그때, 정말 "마.지.막.식.사."라는 생각이 들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년 전이었다. 그때는 모든 게 막막했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날 원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끝내려고 생각했다. 아주 진지하게, 계획적으로.
그런데 그것도 이룰 수 없었다. 차라리 연락을 받지 않고 있었더라면, 핸드폰의 전원을 계속 꺼 놓기만 했더라면....

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잘 살아보겠다고 부모님께 다짐하려 내려갔던 식사자리에서, TV에서 나온 "세월호"뉴스로 시작한 논쟁이 격해지며 느껴진 아버지의 눈빛 속에서 느끼진 살의에 몇 년 동안 연락을 끊기도 했다. (점점 격해지자 아버지는 식탁 위에 있던 소주병을 노려보기 시작했었다. 내가 만약 그 소주병을 치우지 않았었다면.....) 

의미 없는 시간들. 무의미한 날들. 
버티다 버티다 못해 지방으로 내려온 다음, 한 달에 몇 번 부모님과 같이 하는 점심 식사에서도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무슨 말만 하면 "... 니가?", "..... 퍽이나 그렇겠다"라는 눈빛을 받으며 점점 작아지는 나 자신을 본다.

왜 버텼을까. 혹시 지금까지 버텨온 건 매몰비용이 아까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 소모된 10년 동안의 비용이 의미가 없어질까 봐. 쏟아 부은 10년의 세월이 무의미해질까 봐.
생각해 보니 꽤 우울한 이유다.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뒤를 돌아보며 걷는 것이니까. 이미 흘린 시간의 무게 때문에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이니까.

지하철과 연결된 다리 아래 하천을 본다.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그림자인지 구분이 안 간다. 모두 흐릿하다. 모두 같은 강도의 색으로 물든 세상.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더 이상 누구에게도 없는 연락. 세상에 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간도 이젠 접어야 할 때가 아닐까.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버티는 건 여기까지가 딱 좋지 않을까.

 

** 매몰비용 : 매몰비용(sunk cost)은 경제학에서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말 그대로 '묻혀버린 비용'으로, 경제적 의사 결정(economic decision making)에서 매몰비용은 지나간 것으로 취급되어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므로 매몰비용의 현재 및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0으로 고정되며, 인력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항상 완벽하게 합리를 추구할 수는 없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매몰비용에 집착하게 되는 사례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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