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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눈치 껏 휴가를 내고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결정한 속초행.
지난 번 생선구이의 기억이 괜찮았던 터라 이번엔 아바이 마을이나 볼까하고 떠난 길.

와이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순대는 안 좋아하지만, 언젠가 한 번 먹어 본 오징어 순대 보다 나은 맛일거라는 기대속에 쉼없이 달리기를 3시간여. 어느덧 울산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미시령을 힘겹게 넘어야 갈 수 있던 동네였는데, 터널이 뚫리면서 속초 가는 길이 한결 편해지긴 했다. 어차피 생태계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난개발이지만... 뭐...

어쨌든 미시령 터널을 넘어 아바이 마을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두어바퀴 돌고(동네가 워낙 작은지라 10분도 안 걸린다) 보니 사람이 많은 식당은 1박2일을 찍었다는 식당.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출발한터라 일단 사람들이 많은 그 식당에 들어가려고 하니, 자리가 없단다. 역시 방송의 힘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다시 한 바퀴를 돌다가 옆에 있던 식당을 들어갔다.

쭈뼛쭈뼛 들어가서 보니, 주 메뉴인 순대는 역시 관광지를 실감하게 하는 가격.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양도 그다지 많지 않은 듯 하던데...

(아바이 마을의 식당들이 다 고만고만한 듯 하여 메뉴에 있던 식당 이름은 빼고 올린다)

어쩄든 두번은 안 오겠다는 생각을 하며 온 김에 이것저것 다 맛 보자는 생각으로 모듬순대 중, 명태냉면, 가리국밥을 주문했다.

모듬순대 중사이즈
2만원의 가격에 비해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다. 오징어 순대는 기대와는 달리 쌀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찹쌀인지는 잘 모르겠다. 김밥헤븐의 그 밥알 같기도 했으니..) 뻑뻑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순대. 본인은 원래 특유의 냄새 때문에 순대를 안 먹는데, 아바이 마을의 순대는 특유의 냄새도 없고 먹을만 했다. 그렇지만 저 접시에 담긴 양이 2만원이니 순대만 1만원이라는 값어치는 좀 아니지 않은가...

가리국밥.
이것도 이북 음식이라고 한다. 나물에 소고기에 이것저것 넣은 국밥이라고 하는데, 내용물을 보니 마치 제사음식 남은 걸 육수에 넣어서 끓인 다음 밥 말아 먹는 것 같았다.
뭐,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으나 후추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양념장도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맵고 짜기만 했다. 결국 밥만 대충 건져먹고 나머지는 남기는 사태가....

와이프가 시킨 명태냉면은 따로 사진은 없다.
그나마 이 날 주문한 음식중에 제일 먹을만 하지 않았나 싶다.

순대국의 맛이 너무 궁금해서 따로 부탁해서 조금만 달라고 했더니 나름 신경쓴다고 반 그릇이나 갖다줬는데, 국물 한 번 떠 먹고 둘다 절레절레...
예전에 여의도 KBS별관에서 먹었던 순대국이 정말 맛있는 순대국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나더라.

와이프는 그래도 냉면이 꽤나 만족스러웠던지 별 말은 없던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명성에 걸맞는(?) 가격만 있고 TV에서 보던 맛있는 음식들은 없던 씁쓸한 금요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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