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한낮의 산책

2026. 8. 20. 19:32
반응형

40도.

연일 최고 기온을 갱신하던 오후, 답답한 마음에 천변으로 나섰다. 바람 한 점 없이 목을 옥죄는 것 같은 더위 속에서,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에 우두커니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다들 어디론가 목적지를 향해 간다. 나만 갈 곳 없이 홀로 떠도는 기분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한다기보다는, 걷고 싶지도 멈추고 싶지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공허한 마음을 관찰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길을 나섰을까.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냥 계속 걸었다. 햇볕에 눈이 타들어갈 것 같았지만, 그냥 걸었다.



연못가에는 낙엽인지 꽃잎인지 모를 것들이 수면을 가득 덮고 있었다. 멀리 산책로 위로 흰 양산을 쓴 사람 하나가 지나갔다. 느리게, 조용히, 그림자처럼.

얼른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그 어둠에 속하고 싶었다.

울적한 감정을 조종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느낌만 나를 쫓아다닌다.

40도의 더위 속에서, 나는 그저 앉아 있었다. 걷는 사람도, 서 있는 나도, 물 위에 떠 있는 것들도, 모두 같은 열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다.

 

 

 

반응형

'alt.photo > Landsca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천변풍경  (0) 2025.11.01
창 너머, 잠시 멈춤  (1) 2025.08.31
Claire de Lune  (0) 2025.03.25
2021년 추석  (0) 2021.09.26
추운 겨울 아침 그리운 봄날의 풍경  (2) 2021.01.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