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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리고 비

  12월 초 어느 날, 오후부터 시작되던 눈이 밤이 되면서 비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꽤 많은 눈이 내렸었기에 설경을 좀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은 밤에 내린 비로 눈이 다 녹았는데, 남양주 쪽으로 접어드니 간밤에 내린 눈과 아침에 피어오른 안개로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좀 괜찮은 설경을 찍고 싶어서 남양주에 있는 스타힐리조트로 목적지를 잡고 갑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로 앞의 나무를 보니 눈이 목화솜처럼 소담스럽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남양주 스타힐리조트

  스타힐리조트는 예전에 천마산 스키장으로 불리던 작은 스키장입니다. 서울 근교에 있기 때문에 강원도에 있는 스키장처럼 설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규모가 큰 것도 아니지만, 집에서 3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장점이 모든 것을 덮어줍니다.

  아래에 보이는 슬로프는 스타힐의 상급자용 슬로프입니다. 성수기 시즌에는 중급자들을 위해 중간까지만 올라가는 2인승 리프트를 운행하기도 하지만, 비성수기인 12월 초에는 꼭대기까지 가는 리프트만 운행합니다. 슬로프 중간 위쪽은 안개로 덮여 있네요.


  슬로프 위쪽의 풍경을 담고 싶은데, 걸어서 올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스키를 신고 상급자 슬로프로 올라가 봅니다.



  리프트를 타고 신나게(?) 올라갑니다. 사실, 스키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운동이라 안개가 낀 상황이면 상당히 위험합니다. 안개가 너무 짙으면 슬로프 바닥 상태도 확인할 수 없어서 걱정되긴 합니다.


  아직 오픈을 못 한 슬로프에 제설하기 위한 제설 장비도 보이네요.



  하차장에 다가갈수록 안개 속에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근처 마석 가구단지에서 태우는 나무 냄새가 안개와 섞여 있나 봅니다.


  슬로프 상단에 내려보니 역시 앞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합니다. 제가 내린 슬로프는 초반부터 경사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찾아보니 최대 경사도 23도, 평균 18도라고 하는군요. 자동차용 도로의 경사도로 표시하는 %로 환산하면 각각 42.45%, 32.49%로 계산됩니다. 

  자동차로 홍천 쪽 국도를 다니다 보면 상당히 가파르다고 생각되는 도로들이 보통 15% 내외였고, 국내 자동차용 도로의 경사도 허용 기준이 최대 17%(9.65도)라니 상당히 많이 가파른 슬로프인 셈입니다.


  슬로프 중단부도 역시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이제서야 아래쪽의 스키하우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슬로프 길이가 고작 700m 밖에 안되는데도 스키하우스 보기가 이렇게나 어렵군요.


  내려와서 다른 리프트를 타고 초급자용 슬로프로 올라가봅니다.


  리프트 오른쪽에 등산로와 나무들이 보입니다. 봄가을에 짧은 등산을 하고 싶을 때 가끔 찾아가는 등산로입니다.



  초급자용 슬로프와 연결되어 있는 중급자용 슬로프는 그래도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다시 중급자용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니 정상쪽으로 자욱한 안개 사이로 햇볕이 보입니다. 조만간 이 안개도 다 걷히겠네요.



  이제 철수할 시간입니다. 


  안개와 전날 내린 눈 덕분에 평소에 볼 수 없던 풍경을 마음껏 보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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