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햇살 좋은 날 아침에
바람이 아직 차갑긴 하지만 이른 봄 햇살이 참 좋은 아침입니다.
봄 햇살을 맞으며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는 중에 오늘 아침의 봄볕과 비슷한 느낌의 사진 한 장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예전 스위스를 여행할 때 인터라켄에서 라우터브루넨까지 가는 기차에서 찍은 창밖 풍경입니다. 가을에 찍은 사진이지만 한창때의 봄 느낌이 나는 사진이라고 우겨봅니다.
마침 읽고 있는 시집에 오스트리아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호프만슈탈(Hofmannsthal)이 남긴 적당한 시가 있어서 함께 포스팅합니다.
원래 독일어로 되어 있는 시인데, 독일어는 잘 알지 못해서 영문 버전과 한글 번역본으로 올립니다.
이른 봄
-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
봄바람이 달려간다.
잎사귀 없는 가로수 사이를
이상한 힘을 지닌
봄바람이 달려간다.
흐느껴 우는 소리 나는 곳에서
봄바람은 몸을 흔들었고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아가씨의 흩어진 머리칼에서
봄바람은 몸을 흔들었다.
아카시아나무를 흔들어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숨결 뜨겁게 내몰아 쉬고 있는
두 연인을 싸늘하게 했다.
소리내어 웃고 있는 아가씨의
입술을 살짝 어루만졌고
부드러운 봄날에 눈을 뜬 들판을
여기저기 찾아다닌 것이다.
목동이 부는 피리 속을 빠져나와
흐느껴 우는 소리와도 같이
새벽놀 붉게 물든 곳을
훨훨 날아 지나온 것이다.
연인들이 속삭이고 있는 방을 빠져나와
봄바람은 말없이 날았다.
그리고 희미한 낚시 불빛을
허리를 굽혀 끄고 온 것이다.
봄바람이 달려간다.
잎사귀 없는 가로수 사이를
이상한 힘을 지닌
봄바람이 달려간다.
벌거숭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면서
봄바람의 입김은
창백한 그림자를 뒤따른다.
지난 밤부터 불고 있는
이른 봄날의 오솔바람은
향긋한 냄새를 지니고
이 마을에 찾아왔다.
Early Spring
The spring wind runs
Through leafless alleys,
Strange things are
In its blowing.
It rocked itself,
Where there were tears,
And nestled into
Ruined hair.
It shook down
Acacia blossoms
And cooled limbs
That breathed and burned.
It has touched
Lips in laughter,
Burrowed through soft
And stirring fields.
It slid through the flute,
A sobbing cry,
Flew past
Darkening dusk.
It flew in silence
Through whispering rooms
And, bending, extinguished
The glow of the lamp.
The spring wind runs
Through leafless alleys,
Strange things are
In its blowing.
Through smooth
Leafless alleys
Its blowing chases
Pale shadows.
And the fragrance
It has brought
From where it has come
Since last night!
'alt.photo > Landscap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 봄 아침의 단상 (0) | 2018.03.09 |
---|---|
쓰러져 흘러가는 저 먼 길 / 박노해 (0) | 2018.03.08 |
시즌 오프(Season Off) (0) | 2018.03.05 |
봄비 내린 다음 날 아침 (0) | 2018.03.05 |
광야 (0) | 2018.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