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by 로버트 프로스트
<어느 겨울,천마산>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어제오늘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지니 아직 가을이 미처 다 오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겨울이 저만큼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겨울을 생각하니 프로스트의 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by 로버트 프로스트
이 숲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여기 서서 눈이 가득 쌓인
그의 숲을 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리라.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곳,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 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뭔가 잘못된 거냐고 물어보는 듯
목에 달린 방울을 흔들어본다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부드럽게 눈 쌓이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잠들기 전에 수십 마일을 더 가야 한다.
잠들기 전에 수십 마일을 더 가야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도 말한 적이 있는 이 작품은 별빛 하나 없이 춥고 어두운 겨울 저녁, 오로지 눈 내리는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조랑말의 목에 달린 방울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숲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주위를 살펴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달려온 시간 동안, 혹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멋진 풍경을 보며 여유를 가지고 잠시 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떠나야 하는 심정도 느껴집니다. 현대인들에게는 여름 휴가나 주말과 연휴가 함께 있는 이번 추석 연휴처럼 긴 휴가에서 돌아오는 날의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며 이제 다 정리하고 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심정도 알 것만 같습니다. 영원한 잠에 들기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어서 가야 한다고 다짐하는 마지막 두 행을 읽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듯 인생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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