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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ts


시 한 편 생각 난 날

  아침부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후에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다가 울적한 마음이 드는 차에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 '겨울밤'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겨울밤

    - 정호승


눈은 내리지 않는다

더이상 잠들 곳은 없다

망치를 들고 못질은 하지 않고

호두알을 내려친다

박살이 났다

미안하다

나도 내 인생이 박살이 날 줄은 몰랐다

도포자락을 잘라서 내 얼굴에

누가 몽두를 씌울 줄은 정말 몰랐다

여름에 피었던 꽃은 말라서

겨울이 되어도 아름다운데

호두나무여

망치를 들고

나를 다시 내려쳐다오


  희뿌연 미세먼지와 함께 지루한 봄날이 또 지나갑니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비가 내리니 미세먼지가 씻겨 길바닥에 흘러 다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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