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생각난 시 한 편, 겨울밤 / 정호승
2019. 3. 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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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생각 난 날
아침부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후에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날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다가 울적한 마음이 드는 차에 정호승 시인의 시 중에 '겨울밤'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겨울밤
- 정호승
눈은 내리지 않는다
더이상 잠들 곳은 없다
망치를 들고 못질은 하지 않고
호두알을 내려친다
박살이 났다
미안하다
나도 내 인생이 박살이 날 줄은 몰랐다
도포자락을 잘라서 내 얼굴에
누가 몽두를 씌울 줄은 정말 몰랐다
여름에 피었던 꽃은 말라서
겨울이 되어도 아름다운데
호두나무여
망치를 들고
나를 다시 내려쳐다오
희뿌연 미세먼지와 함께 지루한 봄날이 또 지나갑니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비가 내리니 미세먼지가 씻겨 길바닥에 흘러 다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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