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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그리고 다시 4월 16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다음날인 오늘, 6번째 4월 16일, 문득 정호승 시인의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에 실린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가 생각났습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으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으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언젠가부터 이맘때면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이 몰아쳐서 감당이 안될 때가 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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