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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아무런 기대없이 방문한 도시가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노버에서 당일로 다녀온 도시 힐데스하임(Hildesheim)도 바로 그런 도시였다. 내가 이 도시의 이름을 접하게 된 건 하노버에서 당일로 다녀올만한 도시들을 검색하다가 눈에 띈 것이 처음이었다. 하노버를 며칠동안의 거점으로 잡을 생각이 없었다면 다녀오지도, 이런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을 그런 도시였다. 하노버에 도착했을 즈음이 홀로 여행을 떠난지 70일정도 되는 시점이라 굳이 뭔가를 찾아서 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린 터였다. 외로움과 피곤에 쩔어가던 몸뚱아리를 이끌고 그냥 생각없이 떠돌고 있던 시기였으니.


 어쨌든 힐데스하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하노버 중앙역에서 ERX S-Bahn을 타면 3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힐데스하임(Hildesheim)은 니더작센주에 속하며, 815년에 힐데스하임 주교령으로 지정될 정도로 오래된 도시이다. 10세기 ~ 12세기경에 대성당과 여러 성당이 건립되었으며, 이후 종교 개혁으로 개신교 도시가 되어 주교는 대성당과 일부 건물만 소유하였다고한다.. 주교령은 19세기까지 존속하다 하노버 왕국에 병합되었다가 하노버 왕국과 함께 프로이센에 속하게 되었다현재는 산업과 교통의 중심지로 여러 공업이 발달되어 있으며카셀-괴팅겐-하노버와 연결되는 아우토반이 지나간다


  힐데스하임에는 2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있는데, 11세기에 건립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힐데스하임 대성당(성 마리아 대성당)과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가 바로 그 곳이다. 그 중 힐데스하임 대성당은 2014년까지 공사중이라 내부 입장이 안된다는 소식에 다녀오는 것을 포기했고(덕분에 대성당 안뜰에 있다는 1000년이 된 장미덤불도 그냥 건너뛰었다.), 이제 남은 것은 힐데스하임이 가진 두 개의 세계문화 유산 중 하나인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s Church)가 있었다. 이마저도 꼭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힐데스하임(Hildesheim)은 다른 독일 도시들이 관광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장미의 길(Rosenroute)이라는 구시가를 둘러보는 루트도 개발하였고, 스마트폰용 어플도 만드는 등 도시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이는데 스마트폰 어플은 아쉽게도 아직은 독일어로 된 자료만 제공하고 있다.



힐데스하임(Hildesheim) 도시정보

힐데스하임(Hildesheim) 지도

<핑크색으로 표시된 것이 Rosenroute>



<Rosenroute>



  숙소에 틀어박혀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힐데스하임 중앙역에 도착하긴 했으니 일단 구시가의 중심지인 마르크트 광장을 찾아 나선다.(독일의 소도시에는 어딜 가더라도 같은 이름의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이 바로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 - Market square)인데, 우리말로 옮기면 그냥 시장터 정도가 된다. 그냥 옛 시장터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들이 대부분인데, 토요일 오전에 마르크트 광장을 찾으면 시장이 들어선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앙역에서 구시가로 가는 길 - 첨탑은 성 안드레아 교회>


  힐데스하임 마르크트 광장은 하프팀버(Half Timber) 양식의 화려한 목조 건물들과 시청사가 자리하고 있어서 옛날 번성했던 힐데스하임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하다. 화려한 목조 건물 1층에 있던 Sparkasse 은행의 ATM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ATM 수수료가 더럽게 비쌌....)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




<힐데스하임 시청사(Rathaus)>



<템펠 하우스(Tempelhaus)-1층은 관광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독일의 소도시에서 구시가를 돌아다니다보면 1층에 비해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넓어지는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는 1층의 면적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던 중세시대에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형태라고 한다.

<세금을 피하는 법>


마르크트 광장을 나와서 걷다보면 높은 첨탑을 가진 교회가 보인다. 이 교회는 성 안드레아 교회(St. Andreaskirche)인데, 니더작센 주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가지고 있는 교회라고 한다. 니더 작센주에서 가장 높은 첨탑이니만큼 첨탑에 올라갈 수도 있는데, 개방은 5월 말~10월말, 입장료로 2.5 유로를 내면 364개의 계단을 이용해서 첩탑에 오를 수 있다. 필자는 계단을 싫어한는지라 별도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성 안드레아 교회(St. Andreaskirche)>



<성 안드레아 교회(St. Andreaskirche)>




성 안드레아 교회에서 바닥에 표시된 장미문양(장미의 길(Rosenroute))을 따라 걷다보니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가 나온다. 야트막한 언덕위에 세워져 있는 교회를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기반을 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교회 건물의 외양에 눈을 떼지 못한채 한동안 언덕 아래의 벤치에서 교회를 바라보고만 있었던 듯 하다.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는 1033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온 셈이다.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천장에는 목조위에 그려진 천장벽화가 있다. 이 천장벽화는 13세기 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Jessebaum(Tree of Jesse-이새의 족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담과 이브로부터 마리아에 이르기까지 구약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힌 예수의 혈통을 그리고 있다. 고개를 들어서 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관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중간 쯤에 천장벽화 감상 전용 거울이 있다.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성 미하엘 교회(St. Michaeliskirche)>



한동안 교회에 매료되어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3시. 이제 슬슬 다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나머지 장미의 길(Rosenroute)는 다음 방문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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