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 동물원
<스위스 여행 중 루체른에서 엥겔베르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요즘 사는 게 어때?
아주 오랜만에 길에서 우연히 예전에 알던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로 연락을 할 일이 있거나 하면 빠지지 않는 질문 중의 하나가 "요즘 사는 게 어때?" 혹은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지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이런 저런 메일과 문자를 확인하다가 문득 지난 달에 몇 년만에 연락을 했었던 대학 선배님이 떠올랐습니다. 보통 "요즘 사는게 어때?" 라고 물어보면 '그냥 그래요'라던지, '맨날 똑같아요'라고 대답하는게 보통인데, 역시 그 날도 오랜만의 통화에서 빠지지 않던 질문이 바로 "요즘 사는 게 어때?" 였습니다. 저는 거기에 '그냥 그래요'라는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예전에 좋아하던 직장인 밴드였던 동물원 3집에 실려 있던 노래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인사말은
요즘 사는 게 어때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나도 또한 그 말을 되물었을 때
어색하게 그냥 미소만 짓는 친구와 헤어지고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우울할 때
내가 성숙해졌나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지나간 대화 속에 기억나는 말은 자유롭게 되는 것
오늘 아침 만났었던 친구에게 못다한 말은
다시 좋은 일은 없을 것만 같아
- 동물원 3집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중에서
가사를 살펴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1990년, 무려 28년 전에 발표된 노래 가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요즘 젊은 세대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크 음악을 하는 그룹으로 알려져 있는 그룹 동물원은 "무진기행"이라는 카페에서 모여 놀던 친구들이 취미로 음악을 만들다가 우연한 기회에 김창완을 통해 1988년에 정식 음반을 내고 데뷔를 한 멤버들 모두 각자의 직업이 있는 직장인 밴드입니다.
1집과 2집에 참여한 멤버 중에 우리가 잘 아는 가수 김광석이 있는데, 김광석은 2집까지 같이 작업한 후 솔로로 독립하여 전문 음악인의 길을 가게 됩니다.
대표곡으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변해가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거리에서', '혜화동', '널 사랑하겠어' 등이 있습니다. 동물원의 노래 몇 곡이 '응답하라 1988'에 사용되었는데, 이 중 '혜화동'은 박보람이 부른 버전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먹고산다"고 하는데, 그만큼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불투명하고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는 좋았던 기억만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과거는 어떻게든 버티고 지나간 시간이니까요. 나이가 들수록 희망을 품에 안고 살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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