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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책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고 볕이 좋던 토요일, 요 며칠 기온이 올라서 따뜻했던 터라 산수유꽃이 활짝 피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동네 산책에 나섰습니다. 집 앞을 나서니 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은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은 아직 봄이 오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늘은 산수유 꽃을 구경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길을 나섰습니다.


  

  나무들은 이제서야 파릇파릇한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이맘때의 푸릇푸릇하게 연두색으로 돋아나는 나뭇잎의 색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상입니다.



  산책로 주변은 벌써 쑥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올라오는 쑥 사이로 아주 작은 파란색의 꽃이 보입니다. 처음 보는 꽃이라 포털에서 검색하니 "큰개불알풀"이라고 알려줍니다. 이렇게 이상한 이름은 십중팔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일본식 이름을 그냥 그대로 붙인 이름입니다. 역시나 이 "큰개불알풀"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풀 이름인 오오이누노 후쿠리(オオイヌノフグリ:大犬の陰嚢)를 한국어로 그대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말로 된 원래 이름은 "봄까치풀"이라는 내용이 있는데, 봄에 피어서 여름이 오면 시든다는 뜻에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학명은 'Veronica Persica'이라고 하는데, 십자가를 지고 형장으로 가다가 쓰러진 예수의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작은 천으로 닦아 주었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 작은 천에 예수님의 형상이 새겨졌다고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이 여인의 이름을 알 수 없어서 라틴어로 참된 형상이라는 의미의 'Veronica'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꽃을 잘 보면 사람 얼굴이 보인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큰개불알풀>


  이래저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피곤함이 몰려와서 스마트폰의 기록을 보니 오랜만에 10km를 넘게 걸었습니다. 평소에 2km 내외를 걷던 것과 비교하면 5배 넘게 걸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무리하면 그다음 주 일상에 문제가 생기더군요. 

  운동도 적당히, 휴식도 적당히.


산책 


    -이성선

 


안개 속을 들꽃이 산책하고 있다 

산과 들꽃이 산책하는 길을 나도 함께 간다 

안개 속 길은 하늘의 길이다 

하얀 무명천으로 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안에 

나도 들어가 걸어간다 

그 속으로 

산이 가고 꽃이 가고 나무가 가고 다람쥐가 가고 

한 마리 나비가 하늘 안과 하늘 밖을 날아다니는 길 

발 아래는 산, 붓꽃 봉우리들 

안개 위로 올라와서 글씨 쓴다 

북과 피리의 이 가슴길에 

골짜기 고요가 내 발을 받들어 허공에 놓는다 

써 놓은 글씨처럼 엎질러진 붉은 잉크처럼 

아침 구름이 널려 있다 

이 붓꽃에서 저 붓꽃으로 발을 옮길 때 

안개 열었다 닫았다 하는 세상이 

내 눈 안에 음악으로 산다 

안개 속을 풀꽃 산 더불어 산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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