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 뜬 보름달, 그리고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Op.27 1악장
사진은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Innsbruck)를 여행할 때 숙소에서 본 눈 덮인 알프스 위에 뜬 보름달입니다.
이때가 추석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왕복 비행기 표만 달랑 들고 유럽으로 떠났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풀 데가 없어 한 달가량을 이곳저곳 멍하니 떠돌기만 하던 그때 도착한 인스브루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위안이 되는 도시였습니다. 1주일가량 머물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구시가를 돌아다니다 다시 저녁이면 숙소에 와서 책을 읽고, 산 중턱에 있는 인스브루크 동물원(Alpenzoo)까지 산책을 하고는 하던 그때가 요 몇 년간 제일 평온했던 한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월광(Moonlight)'라는 부제가 붙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Op. 27 1악장이 떠오릅니다. 월광(Moonlight)이라는 부제는 베토벤이 직접 붙은 건 아니고, 베토벤이 죽고 난 뒤에 독일의 비평가이자 시인이었던 루트비히 렐슈타프(Ludwig Rellstab)가 1악장을 듣고 '루체른 호수 위에 비친 달빛 같다"는 평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이 피아노 소나타 14번을 '월광 소나타(Moonlight Sonata)'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먼저,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이 1966년에 녹음한 '월광 소나타'입니다.
빌헬름 켐프(Wilhelm Kempff)의 연주도 참 좋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Emil Gilels)의 연주도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정호승 시인의 '보름달'이란 시와 함께 오늘 하루도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보름달
- 정호승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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