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을 닦다

2018. 4. 2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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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쏟아지는데도 굳이 우산을 쓰고 공원에 나섰습니다. 

  빗속에서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니 정호승 시인의 '나뭇잎을 닦다'라는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나뭇잎을 닦다 

    - 정호승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中에서

  

술 생각이 절로 나는 쓸쓸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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