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는.....
삶의 무게는....
몇 년 전, 부안에 있는 변산의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서 길을 떠났습니다.
갑자기 떠나기로 한 여행이라 서울에서 출발해서 종일 운전을 했는데도 해가 질 즈음에서야 군산 근처에 도착해서 바다는 다음날 보러 가기로 하고 군산에서 1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숙소를 잡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쉬려는데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결국 바다는 못 보고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산책로나 공원을 돌아다니며 잡초처럼 자라는 작고 이름도 잘 모르는 들꽃을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잠시 쉬면서 읽는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 시선집 <축복>에 실려 있는 'What Are Heavy?'라는 시를 읽다 보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What Are Heavy?
- Christina Rossetti
What are heavy?
sea-sand and sorrow:
What are brief?
today and tomorrow:
What are frail?
spring blossoms and youth:
What are deep?
the ocean and truth:
봄이 깊어가는지 동네 뒷산 공원에 봉분이 다 스러진 채 흔적만 남은 누군가의 무덤가에 꽃다지가 잔뜩 피어 있었습니다.
무엇이 무거울까?
- 크리스티나 로제티 / 역: 장영희
무엇이 무거울까?
바다 모래와 슬픔이.
무엇이 짧을까?
오늘과 내일이.
무엇이 약할까?
봄꽃과 청춘이.
무엇이 깊을까?
바다와 진리가.
가수 이적과 김진표가 결성했던 듀오 "패닉"이 1998년 발표했던 3집 앨범 "Sea Within"의 타이틀곡인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가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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