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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 the mountains


저 산 너머

  며칠 전 '단다 린 노동기준 감독관'이라는 만화 원작의 일본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인 단다 린 역을 맡은 배우가 가끔 같은 내용의 시를 읊는 것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단다 린과 함께 다니는 동료가 물어보니 독일의 시인인 칼 부세(Carl Hermann Busse)의 '저 산 너머'라는 시라고 답을 합니다. 시를 읊는 배우의 표정과 시의 내용이 예전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5년 영화 '러브레터'에서 주인공이 'お元氣ですか!!! 私は元氣です!!!'라고 외치던 장면과 묘하게 오버랩되어 다가왔습니다.

저 산 너머

    - 칼 부세


산 너머 저쪽 하늘 멀리

행복이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기에

아! 남들과 어울려 행복을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되돌아왔네

산 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

행복이 있다고 말들 하건만.

  일본에서는 몇 차례 국정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전에 정지용 시인이 발간했던 '어린이나라'라는 아동 잡지에 번역본이 실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칼 부세 Carl (Hermann) Busse는 문학 평론가로 일하면서 Fritz Döring이라는 가명으로 본인의 시와 산문을 출판하기도 했던 독일의 서정 시인입니다. 칼 부세를 한국어 웹에서 검색하면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이름을 Karl Busse라고 표시하고 있는데, 1905년에 일본의 우에다 빈이 번역하면서 이름을 Karl Busse로 소개해서, 일본의 번역시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한국에서도 Karl Busse로 알려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래에 영문 번역본과 독일어 버전을 추가합니다.

Over the mountains

        by Carl Hermann Busse


Over the mountains, far to travel, 

people say, Happiness dwells.

Alas, and I went in the crowd of the others,

and returned with a tear-stained face.

Over the mountains, far to travel, 

people say, Happiness dw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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Über den Bergen, weit zu wandern

        by Carl Hermann Busse


Über den Bergen,

weit zu wandern, sagen die Leute,

wohnt das Glück.

Ach, und ich ging,

im Schwarme der andern,

kam mit verweinten Augen zurück.

Über den Bergen,

weit, weit drüben, sagen die Leute,

wohnt das Glück.

  행복은 아주 멀리 있어서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지만 분명 어디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행복은 아무 데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즘 같으면 후자의 해석이 더 끌리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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