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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을 튀긴 것 같은 꽃

  4월이면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꽃 중에 잎이 미처 달리기 전의 가지에 진한 분홍색의 밥알 같은 꽃망울이 나무줄기에 달리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밥풀을 튀긴 것 같다고 해서 박태기나무라고 부른다고 하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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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피는 대부분의 꽃은 흰색이거나 노랑색, 연분홍색인데 이 꽃들 사이에서 박태기나무의 진한 분홍색 꽃은 눈에 정말 잘 띕니다. 경상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밥을을 밥티, 혹은 밥티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밥티기 같은 것이 이른 봄에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밥티기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박태기나무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진분홍, 혹은 자주색의 색깔이 밥풀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반들이 먹던 흰쌀밥이 아니라 조나 수수로 지은 밥 색깔쯤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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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박태기나무는 3~4m 정도까지 자라는 콩과의 나무로, 중부 이남의 절에 흔히 심어놓은 것으로 봐서 아주 옛날부터 스님들이 중국을 왕래하면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에 들여온 시기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자형화 紫荊花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꽃봉오리가 구슬같다고 해서 구슬꽃나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박태기나무보다는 구슬꽃나무가 더 예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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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남부에서도 같은 종의 박태기나무가 자라는데, 높이 7~12m까지 자라는 유럽의 박태기나무는 예수의 열두제자 중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목을 매어 목숨을 끊은 나무라고 해서 유다나무 Judas tree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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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는 콩과의 나무답게 10월에 작은 콩깍지 모양으로 달리는데, 열매가 익어도 떨어지지 않고 겨우내 달려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도 박태기나무 꽃 사이로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달린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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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피면 아래 사진처럼 밥알에서 위쪽의 꽃잎이 뚜껑처럼 열리면서 꽃술이 드러납니다. 꽃이 활짝 피면 꿀을 먹으러 오는 벌에 의해서 꽃가루가 옮겨지면서 번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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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과의 식물이 다 그렇듯 거친 땅에서도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박태기나무는 열매에서 채취한 씨를 그대로 파종하거나, 포기나누기로 번식할 수도 있습니다. 실뿌리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옮겨 심을 때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줄기나 뿌리껍질은 자형피 紫荊皮와 자형근피 紫荊根皮라고 하는데, 이뇨작용이 있어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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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 지어 촘촘히 심더라도 서로 경쟁하지 않고 사이좋게 잘 자라서 꽃말도 '우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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