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다 하얀 쌀밥이 하나 가득 열렸습니다, 이팝나무꽃
맛있게 지은 쌀밥을 닮은 꽃
조팝나무꽃이 질 때쯤 이름에 '밥'이 붙은 또 다른 꽃이 핍니다. 꽃잎의 모양이 긴 쌀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꽃'이라고 부르는 꽃입니다.
'이밥' 또는 '이팝'은 고려 말 이성계가 신흥사대부와 손을 잡고 권문세족을 몰락시키고 토지개혁으로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면서 먹고 사는 게 조금 나아진 백성들이 이성계의 덕으로 쌀밥을 먹게 되었다는 의미로 쌀밥을 '이밥' 혹은 '이팝'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합니다.
이팝나무꽃이 한창 필 때의 모습을 보면 나무에 밥그릇이 넘칠 정도의 밥이 담긴 공기밥이 하나 가득 열린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팝나무는 꽃잎이 밥알을 닮아서인지 예로부터 꽃이 많이 피면 그 해는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가뭄이 든다고 하여 신목 神木으로 여겼던 나무입니다. 꽃나무치고는 키가 큰 편이라 다 자라면 20m~30m까지도 자라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몇백 년 된 이팝나무가 전국에 8그루가 있습니다.
이팝나무꽃은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서 핍니다. 5월~6월에 4개의 꽃잎이 흰색으로 피는데, 어린이날을 전후해서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꽃은 한 번 피는 20일 정도 피어 있다가 지는데, 꽃향기는 가까이에서 보다는 주변을 지나갈 때 바람에 날려오는 향기가 더 좋아서 이팝나무꽃 향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팝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조경수로 인기가 늘어나면서 공원이나 도로변의 가로수로 쉽게 볼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희귀종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중국과 일본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나무입니다.
이팝나무에는 가슴을 아리게 하는 사연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전북 진안군의 마령초등학교에 있는 이팝나무 고목 몇 그루에 얽힌 사연입니다. 옛날에 이 자리는 '아기사리'라고 하는 옛 아이들의 무덤 터였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곡식이 부족해서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고장에서는 어린아이가 죽으면 야트막한 동구 밖 야산이었던 이곳에 묻었다고 합니다. 아이한테 흰쌀밥 한술 마음껏 주지 못한 것을 달래기라도 하듯, 영혼이라도 배불리 먹으라고 꽃이 피면 고봉밥처럼 하얀 쌀밥이 하나 가득 열리는 이팝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이팝나무 숲이 더 울창하게 우거졌으나, 학교가 들어서면서 대부분 없어지고 지금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몇 그루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팝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꽃말에서도 진안 마령의 아기사리에 얽힌 얘기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alt.photo > N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은 봄에 피는 민들레와 비슷한 노란 들꽃, 씀바귀꽃 (6) | 2018.05.28 |
---|---|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Roses from the South" / 서울장미축제 (0) | 2018.05.23 |
비 오던 아침, 나뭇잎 위 빗방울 (2) | 2018.05.17 |
서울 창포원에 핀 붓꽃, 아이리스 (0) | 2018.05.15 |
튀긴 밥풀 모양의 꽃이 피는 나무, 박태기 나무 (2) | 2018.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