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잘 어울리는 악기, 첼로 연주곡 몇 곡
구절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공원에서
가을 주말 어느 날, 아내와 함께 국화와 미국쑥부쟁이 그리고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첼로의 음색과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날씨라는 생각이 듭니다. 첼로의 음색은 꺼이꺼이 서럽게 울면서 통곡을 할 정도로 슬프지는 않지만 쏟아지는 울음을 참아내며 버티는 담담한 슬픔을 잘 표현하는 악기입니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저녁나절에 쌀쌀한 바람을 피해 어디론가 들어가기 위해 길을 재촉하게 되는 쓸쓸한 가을과 잘 어울리는 첼로 몇 곡을 골라서 포스팅해봅니다.
포레(Gabriel Faure) : 꿈을 꾼 후에(Après un rêve) Op.7-1
이 곡은 원래 포레가 스무살 무렵이던 1865년에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작곡한 가곡의 일부입니다. '그대를 그리며 든 잠에서 신기루같은 행복을 꿈꾸었네'로 시작하는 가곡을 파블로 카잘스가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연주곡으로 편곡하면서 원곡인 가곡보다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곡입니다. 원래 편곡한 악기인 첼로 뿐 아니라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피아노 등의 악기로도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편곡자인 파블로 카잘스가 1926년에 녹음한 버전을 올리고 싶었는데, 잡음이 너무 심해서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하는 버전으로 올립니다.
원곡인 성악곡은 로만 뷰시느 Romain Bussine가 가사를 썼는데, 프랑스어로 된 가사라서 프랑스 출신의 바리톤인 제라르 수제 Gérard Souzay 가 부르는 영상으로 골라봤습니다.
오펜바흐 Offenbach :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 Jacqueline's Tears) Op.76/2
19세기의 프랑스 작곡가였던 자크 오펜바흐 Jacques Offenbach의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 Jacqueline's Tears)'은 독일 출신의 첼리스트인 베르너 토마스-미푸네 Werner Thomas-Mifune가 오펜바흐의 미발표 작품이었던 Harmonies des bois, 3 pieces for cello solo, Op. 76에서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던 곡이었다고 합니다.
이 곡을 '발굴'한 베르너 토마스가 천재 첼리스트였지만 28세였던 1971년에 '다발성 뇌척수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다가 1987년에 사망한 자클린 뒤 프레 Jaqueline Du Pre에게 헌정하면서 제목을 'Les Larmes de Jacqueline'라고 붙였다는 '썰'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Jacqueline Du Pre가 자클린의 눈물 Jacqueline's Tears를 연주하는 것 같은 제목이 붙어 있는데, 베르너 토마스가 연주한 곡입니다. 아래에 첨부한 연주도 베르너 토마스의 연주입니다.
문효진 : The Island Jeju(With Cello)
이 곡은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인 문효진씨의 앨범 'Nostalgia'에 수록되어 있는 곡입니다. 피아노와 함께 어우러지는 첼로의 선율이 늦가을에 떠났던 제주 여행을 떠올리게 해서 선곡해봤습니다.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 보칼리제(Vocalise) Op.34, No.14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예전에도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 곡인데, 가을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다시 소개합니다.
2018/06/29 - [alt.personal/music] - 가사가 없는 성악곡, 보칼리제(Vocalise)
오늘은 다닐 샤프란 Daniil Shafran의 연주로 소개합니다.
헨델 Handel : 오페라 '세르세(Serse 혹은 Xerxes)' 중 아리아 'Ombra mai fu' HWV40
흔히 헨델의 라르고(Largo)라고 알려진 'Ombra mai fu'는 헨델이 1783년에 작곡한 오페라 세르세(Serses 또는 Xerxes라고 표기)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곡의 원 제목은 'Ombra mai fu'지만 흔히들 헨델의 라르고, 혹은 헨델의 세르세 라르고(Largo from Opera Serse)라고 하면 이 곡으로 통용될만큼 유명한 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고음악으로도 많이 사용되어 아주 친숙한 곡입니다. 원곡은 성악곡이지만 오늘은 프랑스의 첼리스트인 모리스 장드롱 Maurice Gendron의 연주로 들어보시죠.
오늘 소개한 곡들을 연속으로 들을 수 있도록 재생목록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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