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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엔딩

  언젠가부터 벚꽃이 떨어질 때면 조건반사처럼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떠오릅니다. 꼭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인상적인 노래라서 그런 것 같네요. 오죽하면 '벚꽃 연금'이라는 말이 따라붙을까 싶을 정도로....

  해마다 봄 벚꽃이 시들어갈 때면 원하던 원하지 않든 간에 한 번은 듣게 되었는데, 올해는 어쩐지 벚꽃이 질 때까지 한 번도 제대로 안 듣고 지나갔습니다. 결국, 이번 포스팅을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면서 듣게 되었네요. 이래저래 바쁘고 심란한 일이 많아서 여유가 없었다고 해두죠.

  이미 벚꽃은 다 지고 그 자리를 연두색 잎이 푸릇푸릇 자라나는 시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일을 보러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찍은 벚꽃 사진들이 있어서 그중에 몇 장 올려봅니다.

  유난히 파랗던 하늘 아래 활짝 핀 벚꽃 뒤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던 반달.

  낮은 가지에 풍성하게 핀 벚꽃도 이제 지난 기억으로 자리 잡겠네요.


A Light Exists in Spring

  봄 햇살에 반짝거리는 벚꽃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에밀리 디킨슨의 시 'A Light Exists in Spring'이라는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A Light exists in Spring
        by Emily Dickinson


A LIGHT exists in spring
  Not present on the year
At any other period.
  When March is scarcely here
  
A color stands abroad
  On solitary hills
That silence cannot overtake,
  But human nature feels.
  
It waits upon the lawn;
  It shows the furthest tree
Upon the furthest slope we know;
  It almost speaks to me.
  
Then, as horizons step,
  Or noons report away,
Without the formula of sound,
  It passes, and we stay:
  
A quality of loss
  Affecting our content,
As trade had suddenly encroached
  Upon a sacrament.  

  에밀리 디킨슨은 이 시에서 '봄에는 다른 계절에는 나타나지 않는 빛이 있다'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3월이 되자마자 지평선이나 먼 언덕에 나타나는 독특한 색깔이 있는데, 과학으로는 표현할 수 없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색깔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무지개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 무지개가 가져다주는 감정을 분석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언젠가부터 햇살이 투영된 꽃잎 사진을 찍는 게 더 좋아졌습니다. 

 

 

 

 

  근처 공원 한편에 덩그러니 서 있는 목적지를 잃은 프라하에서 온 트램이 벚꽃잎에 가려진 모습도 이제 1년을 기다려야겠군요.

  떨어진 벚꽃잎을 보고 있노라니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 
이하 생략

- 최영미, [선운사에서]

안녕

내년 봄에 보자꾸나

그때까지 잘 버티고 있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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