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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점심때 즈음 잠깐 산책이나 할까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최근에 계속 앉아만 있었더니 허리의 통증이 더 심해져서  2~30분 정도 걸으면서 스트레칭을 해주면 나아져서 겸사겸사 길을 나섰네요. 근처를 한 바퀴 도는데 초등학교 담장에 괭이밥이 줄을 지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잎에 맺힌 빗방울을 찍어볼까 하고 다시 돌아갔는데, 마침 부전나비 한 마리가 잎 위에 앉아있습니다. 비가 와서인지 날개를 접은 채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있어서 몇 컷 찍었습니다.

  저녁에 집에서 사진을 정리하며 나비 종류를 찾다 보니 부전나비가 괭이밥을 먹이로 먹기도 한다는 대목에서 이제 막 고치에서 탈피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바꿈한다는 대목을 읽다가 YB(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라는 노래의 가사가 떠올랐는데, 울컥하는 감정이 먼저 올라옵니다.

나는 나비
  - YB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을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사마귀를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워우 워 우~
워우 워 우~
워우 워 우~
워우 워 우~

작사, 작곡 : 박태희 (YB 베이시스트)

  7집 'Why Be?'에 수록된 버전은 영어 가사가 없었는데, 언젠가부터 중간에 영어 가사가 들어간 버전으로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위에 링크한 동영상에 나오는 버전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아주 작은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간다는 내용을 가사에 담고 있는 이 노래는 2007년 발표한 YB 7집 'Why Be?'의 2번째 곡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YB 노래들이 그렇듯 발표 당시에는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지금은 대표곡 수준으로 대접을 받고 있는 노래입니다.

  2018년 4월에 평양공연에서도 부른 적이 있네요. 아래 평양공연의 썸네일에 나오는 베이시스트가 이 곡을 작사/작곡한 박태희 씨입니다. 평양공연에서는 영어 가사가 중간에 들어간 버전으로 불렀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여전히 끈적이고 더운 여름이지만 창 밖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이제 정말 여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름의 끝이라고 하니 아일랜드의 작가 윌리엄 트레버 William Trevor의 소설 '여름의 끝(원제목:Love and Summer)'에 나오는 내용으로 마무리합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날 것이고, 그때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생각되는 날이 올 것이다. 자신의 실수와 자기 자신까지 속여 넘겼던 시간을 수치심과 함께 되새기며, 참회를 통해 평화를 찾고 용서받게 될 것이다. 흐르지 않는 시간이란 있을 수 없고 매 순간 치유가 될 것이다. 
    - 윌리엄 트레버, 여름의 끝,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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